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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문화재단 건축문화상



Life After Olym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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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 이호정 학교 : 고려대학교 조회 6,306회

*작품설명


[손에 손잡고]

서울의 아파트들에게 30년이란 그들 생의 전환기와 같다. 법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30년만 지나면 오래된 아파트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올림픽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8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스포츠 메가이벤트였고, 그 기반시설들은 하나같이 그 상징성에 견줄만 한 스케일을 필요로 했다. 기자들과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가장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선수촌은 세계에 비춰질 모던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델하우스였다. 이러한 중요성과 상징성에 부쳐,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당시로써는 극히 이례적이었던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선수촌 건립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중심시설을 중앙에 배치하는 방사형의 독특한 구조와 6층부터 24층 까지 서로 다른 높이의 주거동이 섞인 유례없는 단지계획 등 파격적인 시도를 위해 국가적 역량이 총 동원되었다.

[ 올림픽 이후의 삶]

이듬해 민간에 분양된 올림픽 선수촌은 올해로 34살이 되었다. 더 이상 극적인 드라마는 없지만 보통의 일상들과 시간이 그 위에 켜켜이 쌓여왔다. 선수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던 선수회관은 주민들의 커뮤니티 시설이 되었고 경기장으로 향하던 길은 이제 학생들의 등굣길로 쓰인다.

2018년,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어서면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이제 막 재건축에 관한 논의들이 시작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을 알리는 현수막이 단지 곳곳에 걸리고 30년 전 선수들이 입촌식을 진행하던 광장에서는 이제 재건축 설명회가 열린다. 단지 곳곳에 녹아내린 역사와 시간은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그만 표류한다.

그러나 때때로 터지는 녹물에 눈을 비비며 출근하고,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차를 댈 수 있는 조그만 틈이라면 모두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이곳에서 보존과 재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보존의 정도와 진정성에 대해, 혹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낙후된 주거환경을 고수해야만 하는 이유와 목적이 궁금해진다.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맞춰볼 수 있을까?

[양재대로 1218, 선수촌 앞]

본 프로젝트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단지가 갖는 건축적 특징과 유산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뼈대로, 개발과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거주 기능의 지속에 대해 고민한다.

단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주거동은 기존 구조체를 유지하는 한편 수직과 수평으로 증축된다. 증축을 통해 내외부 공간 사이에 들어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설비, 구조, 단열, 전기등의 기능과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

주거동이 모여 만들어진 블럭에는 지상,지하 주차장이 위치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기존 주차장을 지하로 확장하는 한편 그 위에 조성되는 지상공간에 독립적인 역할과 기능을 부여한다. 주차장과 아파트 측벽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었던 중간 통로는 직교하는 두 방향에서 접근 가능한 닫힌 광장이 된다. 아이들은 이곳에 모여 공을 차고, 사람들은 길을 따라 걷다 잠시 앉아 쉬기도 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블럭 사이에는 보차혼용의 가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건물 1층에 위치한 공동현관은 양쪽으로 개방되어 블럭 내부와 가로공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상층 1개 세대를 공적 공간으로 환원하여 넓어진 공간 사이로 더 많은 사람들과 화분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 오랜기간 공터로 방치되어온 공원은 두 블럭의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내밀한 정원이 되어 서로 다른이들을 자연스레 만나게 한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중심 상업시설 등과 맞닿아 있는 블럭에서는 더 적극적인 변화를 유도한다. 슬럼화된 중심상가로부터 일상적인 프로그램들을 탈락시켜 이곳에 재배치한다. 카페, 음식점, 마트 등의 상업시설과 은행, 부동산, 관리사무소 등의 오피스가 저층부 전반에 들어선다. 증축을 통해 형성된 열주 사이는 열린 휴게공간이 되고, 기존 단차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단은 거리의 마당이 된다. 안경점에서 맞춘 안경을 기다리며 계단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는 모습, 아이들 학원 버스를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중첩되며 다정한 거리의 풍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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